민심을 잃은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표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할 조짐이다. 사회 각계와 연대한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 총궐기를 이어갈 방침이라 노정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9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전태일 열사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및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 집회를 개최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노조 지도부가 집회 충돌을 사전 모의했다는 혐의다. 서울경찰청은 9일 저녁 “민주노총이 도심권에서 벌인 집회가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돼 유감”이라며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수사하고,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 과정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9명을 포함해 11명이 연행됐다.
민주노총은 “특수진압복으로 무장한 경찰이 집회장소로 이동하거나, 집회장소에 앉아 있던 조합원을 향해 갑자기 방패로 밀어붙이며 충돌을 유발했다”고 경찰 주장을 반박했다.
경찰이 엄정 대응을 강조한 만큼 무더기 소환이 예상된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직접 충돌을 빚은 산별노조·연맹 위원장과 조직담당자들에 대한 수사가 예상된다. 최근 민주노총이 진행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퇴진 국민투표 참여를 독려한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과 이해준 공무원노조 위원장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소환조사가 예상된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 강제집행 같은 시도가 이어지면 노정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경찰 대응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지지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8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17%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가 19%로 부정 여론 최상위를 차지했고 경제·민생·물가(11%), 소통 미흡(9%), 전반적으로 잘못(7%), 경험·자질 부족 및 무능함(6%) 순이다. 이 조사는 7일 대통령 기자회견 이전에 실시한 조사다.
기자회견도 지지율 하락세를 막진 못할 전망이다. 기자회견 평가가 반영되면 지지율이 더 추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정권 차원에서는 반등 혹은 하락세 중단을 위한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9일 집회와 관련한 경찰의 강경대응 방침은 민주노총 때리기로 지지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비춰지기에 충분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밑바닥밖에 남지 않은 지지율의 정권이 윤석열 퇴진 목소리를 높이는 민주노총에 대해 공권력으로 탄압을 자행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은 이달 20일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 대회를, 다음달 7일 3차 총궐기 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 순방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15~16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18~19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참여를 위해 출국한다. 구체적인 출입국 일정은 미정이다. 이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가 15일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선고 직후인 16일 3차 장외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순방 일정 동안 정치적 격랑이 예상되는 만큼 귀국 뒤 종전의 법치 강화나 엄정대응 주문 같은 방식의 메시지로 공안정국이 조성될 여지가 커 보인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