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지회가 첫 교육주제로 ‘성소수자 노동권’ 정한 이유는?
“인권은 나눌 수 없다” 모두 평등하고 안전한 일터 만들어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누구나노조지회가 ‘성소수자, 앨라이 노동자의 노동권’ 강연회를 개최했다. 8일 오전 10시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강연회에는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누구나노조지회는 업종, 지역, 연령, 성별을 뛰어 넘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광장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며, 사회대개혁을 쟁취하기 위한 요구와 목소리를 담아내고 실천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지회는 비정기적인 교육 사업을 예정하고 있으며, 첫 주제로 ‘성소수자와 앨라이의 노동권’을 기획했다. 앨라이는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와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를 뜻하며, 민주노총에서는 앨라이를 ‘무지개동지’라고도 부른다.
김혜정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의 인사로 강연을 열었다. 추위를 뚫고 모인 조합원들을 환영하는 의미로 시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낭독하며 “어둠을 비추는, 반짝반짝 빛나는 동지들을 환영한다”고 전한 김 수석은 광장에서 노동조합의 깃발 아래에 함께 하는 조합원들을 맞이했다.

곽이경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처음으로 무지개 깃발을 들고 거리 시위를 한 것이 96-97 노동법 개악 저지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수많은 현장에서 성소수자와 노동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연대한 역사를 중심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곽 국장은 또한 “자신이 앨라이임을 밝히고 차별적인 문화를 단호히 반대함으로써 성소수자 동료들과 연대하는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누구나지회 동지들하고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 엄청 고민을 많이 해봤어요. 딱 하나, 우리 성소수자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광장에서 노동자로서 투쟁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곽 국장은 강연 말미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의 핵심 구호인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뜻이 차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보고 가고 있다는 것을 수시로 확인할 때만 가능하다”며 “민주노총이 다양한 분들로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고, 그것이 민주주의를 여는 가장 빠른 길이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도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새롭게 민주노조의 구성원이 된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김민정 금속노조 여성국장은 단체협약을 통해 성소수자에게도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게 노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노동조합의 사례, 금속노조 내에서의 모범 사례를 공유하며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현장을 어떻게 바꿔냈는지, 차별에 맞서는 투쟁에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층적인 내용들을 강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많은 조합원들이 질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성소수자임을 밝힌 한 조합원은 “성소수자이고 노동조합이 없는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의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질문했다. 이에 강사들은 “노동조합 내에서 사회적 역할을 높이는 요구를 함께 토의하고, 사회 참여 의지가 높은 누구나노조지회에서 함께 캠페인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일상에서 성소수자, 엘라이로써 방관자가 되지 않게 모두 같이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답변이 나와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익명의 조합원 A씨는 “노동조합이 노동권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걸고 사회개혁을 위해 투쟁하는 조직임을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 시화 씨는 “지회에서 성소수자가 환영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든든해진다”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평등하고 안전한 강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본 강연에 앞서 참가자들은 민주노총 평등수칙 영상을 함께 시청했으며,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화장실을 참가자에게 안내했다. 또한 강연 이후 나눈 식사에서도 비건(채식) 도시락을 따로 준비해, 식이제한에 따른 배제 없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이번 교육을 기획한 권도훈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은 “누구나노조지회는 2030 청년여성, 그리고 성소수자 당사자와 앨라이 동지들이 대다수인데, 새롭게 민주노조 조합원이 된 동지들에게 우리는 서로가 씨줄과 날줄처럼 연결된 존재이고 고립되지 않았음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히며 “광장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누구나노조지회가 앞으로도 광장의 목소리와 요구를 다양하게 담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