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인터뷰]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데, 노동조건은 왜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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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한 사람들] 전경대 민주일반연맹 충남공공노조 삼원환경지회장
40kg짜리 봉투와 한 뼘의 휴게공간, 생활폐기물 노동자의 하루
전경대 충남공공노조 삼원환경지회장. 사진=민주일반연맹
[노말한 사람들]은 ‘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직접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다. 노동자들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투쟁의 이유와 그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지역과 업종, 노조는 달라도 우리가 함께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나는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중학생 때부터 기술을 배워 일하겠다고 생각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제빵을 배웠지만, 졸업 후에는 교량 제작과 용접 일을 시작했다. 이후 자동차 휠 제조업체를 거쳐 지금은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여러 일터를 거치며 노동환경과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준이 일터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활폐기물 노동자가 된 뒤, 그 차이는 한 가지 의문으로 이어졌다. 같은 쓰레기를 치우고 같은 위험을 감당하는데, 왜 지역과 고용형태에 따라 노동조건은 다른 걸까.
용접공에서 생활폐기물 노동자로
전경대 지회장이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고등학교에서 제빵을 배웠지만 졸업 후 처음 시작한 일은 교량 제작이었다. 입대 전까지 보령의 교량 제작업체에서 보조 업무를 했고, 전역 후 다시 그곳으 돌아가 7~8년 동안 철을 용접해 교량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서너 차례 산재를 겪었고, 작업 중 추락해 팔을 크게 다쳐 치료받기도 했다. 이후 자동차 휠 제조업체에서 5~6년 동안 생산과 품질관리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싶어졌고, 그렇게 생활폐기물 수거 업무를 시작해 어느덧 11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생활폐기물 수거 현장은 예상보다 훨씬 고됐다. 일단 제대로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휴게시간을 대부분 청소차 안에서 보내야 한다. 이전엔 몸을 겨우 구겨 넣어야 했고, 지금은 그나마 몸을 넣고 앉으면 한 뼘 정도 되는 여유가 생겼다. 비가 오면 우비를 계속 입고 벗을 수가 없으니 젖은 우비를 입은 채 앉아 있어야 했고, 여름이면 차 안에서 올라오는 엔진 열기를 견뎌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보령은 해수욕장과 관광지가 있어 여름과 주말, 머드축제 기간이면 폐기물이 크게 늘어나는 곳이다. 음식물과 조개껍데기가 담긴 봉투 하나가 40kg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걸 하루에 7톤가량 나르고 나면 성인 장정이라도 진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무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폐기물 사이에 깨진 유리나 칼이 섞여 들어오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동료는 형광등이 깨지면서 이마가 찢어졌고, 내 팔에도 다친 흔적이 남아 있다. 음식물이 들어 있는 건 당연하며, 오물이 튀거나 동물 사체를 들어 올리는 날도 많다. 시민들이 버린 폐기물은 사라지지만, 그것을 치우며 겪은 위험과 고통은 우리 몸에 남았다.
스물한 명과 함께 만든 노동조합
이런 어려움을 오래 겪으면서도 처음부터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던 것은 아니다. 건설 현장에서는 선배들이 해오던 방식이 곧 규칙이라고 생각했고, 무엇이 노동자의 권리인지도 알지 못했다. 힘들게 일하고 퇴근하는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더 나은 노동환경을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노동의 기준이 따로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곳은 두 번째 직장이던 자동차 휠 제조업체였다. 그곳에는 유니언숍 형태의 노조가 있었다. 당시에는 노조를 그저 ‘임금협상 해주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일하면서 연차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생활폐기물 노동자가 된 뒤에는 공공 영역의 일인 만큼 임금과 인력, 작업방식에도 합리적인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주변에 물어봐도 ‘나라 일인데 지방정부가 알아서 잘 결정했겠지’라는 대답뿐이었다. 정작 현장의 노동자는 그 기준을 알기 어려웠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들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2022년 7~8월 무렵부터 인터넷을 검색하고 선배와 지인들에게 물으며 노조 가입과 설립 절차를 알아봤다. 과거 보령지역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노조를 수소문해 도움을 받았고, 동료들의 가입원서를 모아 2023년 초 21명으로 노조를 시작했다. 혼자 품었던 질문을 동료들과 함께 꺼내고, 몸으로 견뎌온 어려움을 더는 당연하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나의 고시, 제각각인 노동조건
전경대 지회장이 생활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노조를 만들고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찾아보면서 같은 생활폐기물을 처리해도 지역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행·위탁업체와 지방정부가 계약할 때 적용하는 환경부의 원가산정 고시는 하나인데, 실제 인력과 작업시간, 노동조건이 전국 228개 지방정부마다 제각각이었다.
보령은 인구 9만 2천 명의 소도시지만 해수욕장과 수산시장, 머드축제 등 관광지를 찾는 사람이 많다. 주말과 여름이면 폐기물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원가를 산정할 때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보다 ‘인구 10만 명 미만’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이 적용됐다. 지역의 실제 배출량과 노동강도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현장에 맞는 인력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역마다 다른 것은 인력과 작업시간만이 아니었다. 폐기물의 분류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컵밥 용기나 고무장갑 하나도 어느 지역에서는 재활용품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일반쓰레기로 분류됐다. 시민은 물론 수거와 선별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도 혼란스러웠고, 마지막 판단과 책임은 결국 현장 노동자에게 남았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폐기물도 많았다. 규정대로라면 수거하지 않고 올바른 배출 방법을 안내해야 하지만,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었다. 잘못 배출된 쓰레기로 생긴 문제까지 현장 노동자가 감당하고 있는 셈이었다.
환경부의 고시는 하나이고 우리가 치우는 쓰레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 폐기물의 분류부터 인력과 작업방식까지 전부 다르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라면 어디에서 일하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공통된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닐까?
이미 존재했던 문제를 드러냈을 뿐
그렇다고 제도가 바뀌기를 바라며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잘못 배출된 쓰레기에는 수거할 수 없는 이유를 적어두고, 근무 중 주민이 찾아오면 올바른 배출 방법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불편해하던 주민들도 이유를 알고 나면 다음부터 종량제봉투를 사용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다른 기준을 바로잡고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까지 현장의 노동자들이 해결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의 문제와 직영 전환의 필요성을 말하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직접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12월, 대전에서 대통령 타운홀미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3시 반 대천에서 출발했다. 혹시라도 탈이 나 기회를 놓칠까 봐 밥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11시간을 기다렸다. 거의 포기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었고, 대통령 앞에서 생활폐기물 민간위탁의 문제와 직영 전환의 필요성을 말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열린 충남 타운홀미팅에서도 도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와 환경미화원 간담회 개최를 요청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민간위탁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감독하고 노동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임금과 인력, 안전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광역자치단체가 조정하고 감독할 수 있는 틀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리와 개선이 어렵다면 직영 전환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문제를 하나둘 말하자 나를 괜한 문제를 만드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없던 문제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랫동안 쌓여 있었지만 아무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문제를 꺼냈을 뿐이다.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라면 어디에서 누구에게 고용돼 일하든 안전하게 일하고 제대로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데, 노동조건은 왜 다른가.’ 내가 꺼낸 이 질문이 모두에게 같은 기준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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