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시설관리 노동자 임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조사·발표가 연 2회에서 1회로 줄어들면서 노동자들이 임금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28일 제조업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조사와 발표를 올해부터 연 2회에서 1회로 줄인다고 밝혔다. 당초 6월과 11월로 예정됐던 상·하반기 발표도 11월 하반기 발표만 한다.
“상·하반기 노임단가 편차 작아”
“10원 차이라도 저임금 노동자에겐 커”
정부와 중기중앙회는 통계의 효율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통계품질진단을 실시한 결과 제조업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조사를 연 2회만 해도 상·하반기 편차가 크지 않아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중기중앙회에 권고 방식으로 시정을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이를 받아들여 1회만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을 신청했고 통계청이 이를 승인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하반기 편차가 클 때도 2%포인트 수준이고 2회 실시하면 조사대상 기업의 통계부담이 늘고 응답률도 높지 않은 등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 1회로 횟수를 줄이면서 시중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공공부문 시설관리 노동자의 임금인상 기회가 박탈됐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시설관리 노동자는 제조업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조사 자료를 원가 산정에 활용한다.
당초 2017년까지 연 1회만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해당연도 최저임금 인상 등이 시중노임단가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었다. 2018년 정부는 이 시차가 6개월~1년6개월에 달한다고 보고 부처합동으로 이 조사와 발표를 연 2회 상·하반기로 확대하고, 시중노임단가 적용도 발표 즉시로 수정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결과 2019년 시중노임단가는 2019년 상반기 7만8천023원에서 하반기 7만9천552원으로 인상된 사실이 조사에서 확인됐고,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시중노임단가 인상분이 공공부문 시설관리 노동자 임금에 반영됐다. 이런 방식이 지난해까지 자리 잡았다. 다시 연 1회로 축소하면 이런 구조가 붕괴한다는 게 노동자 주장이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노임단가 차이가 10원, 100원이라도 이 땅의 많은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피부로 와 닿는 수치”라며 “이런 현실을 통계품질관리를 명분으로 외면하는 것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미반영, 지난해 하락분 유지
또 다른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시중노임단가다. 지난해 하반기 시중노임단가는 상반기와 비교해 300원 하락한 8만6천8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반영한 상반기 조사가 사라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감소한 시중노임단가를 올해 내내 적용받는다.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에 따라서는 2025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공공연대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기중앙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수십만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중기중앙회가 연 2회 발표한 시중노임단가를 반영해 인건비를 정하고 있다”며 “이런 통계조사를 연 2회에서 1회로 축소하면 2023년 하반기 발표된 시중노임단가로 2024년 한 해를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연 2회 발표하기로 한 2018년 제도개선이 정부부처 합동이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이 있다”며 “올해는 어렵지만 다시 연 2회 확대하는 것으로 통계청에 다시 신청할 여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올해도 하반기 조사를 최대한 당겨 9월께 발표하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조업 직종별 시중노임단가 조사 결과를 계속 시설관리 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상당히 많은 산업의 직군을 단순노무직 임금으로 준용하고 있는데 유사한 다른 직종의 임금을 조사해 연구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며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주도하고 노사가 함께 참여해 단가를 매년 조사하면 표준임금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