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인터뷰] 10년의 일터가 1시간 만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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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한 사람들] 단전‧단수된 공장에서의 기록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장
[노말한 사람들]은 ‘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직접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다. 노동자들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투쟁의 이유와 그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지역과 업종, 노조는 달라도 우리가 함께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김민정 민주일반연맹 세종충남지역노조 우창코넥타지회장
나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넉넉지 않은 집에서 장녀로 태어나 ‘남동생만큼은 대학을 보내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었고, 19살에 반도체 회사에 취직한 뒤 8년 가까이 다니다 이직했다. 이직한 회사인 우창코넥타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다양한 공정이 있고, 난 에어백을 터뜨리는 전류 장치 연결과 열선, 이 두 가지를 핸들 안에 넣는 부품을 만드는 공정에서만 10년째 작업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하루아침 파산했다. 1시간 안에 공장을 비우라는 통보와 함께.
우창코넥타지회는 모베이스 자본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사진=우창코넥타지회
하루아침 파산한 중견기업
2015년도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땐 회사가 성과급도 주고, 주간 야간으로 교대 근무를 할 정도 물량도 많았는데 2019년도 모회사가 서연전자에서 모베이스로 바뀌면서 달라졌다. 야간 근무는 아예 없어지고, 주간에 하던 잔업도 없어지는 식으로 계속 일이 줄어들다가 24년도에는 1, 2공장에 있던 기계들을 작은 공장 하나에 다 이전했다.
인원 감축도 있었다. 사무직 노동자들을 계속 줄여나갔고, 연말 상여나 연차수당 같은 건 계속 밀렸고, 그러다 보니 그만두는 인원이 많아졌다. 이렇게 물량이 줄어드는 와중에 월급도 하루이틀씩 밀리기 시작했다.
그 무렵 모회사인 모베이스전자 노조도 기업 노조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으로 바뀌었다. 그때 현장 반장님들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회사가 정규직 인원들을 구조조정으로 해고하고, 사내 하청으로 돌리려 하고, 외주로 물량을 빼려고 하고, 사원들 복지 축소를 시도하려 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반장님들이 알고 나서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해서 현장 반장님들을 주축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현재는 내가 지회장을 맡고 있다.
회사에서 ‘짐 싸서 나가라’고 말했던 날
회사 재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을 때, 우려했던 것 이상의 일이 일어나버렸다. 회사에서 ‘짐 싸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게 될 줄 상상도 못했으니.
나와 지회 사무장은 통상임금 관련 상담을 요청한 조합원과 함께 아산에서 법률 상담을 받고 있었다. 상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갈 무렵, 사무장과 나에게 계속 전화가 왔다. 그날만은 뭔가 느낌이 싸했다.
상담이 끝나고 나와 전화하니 ‘대표가 3시에 다 모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도 ‘미안합니다’라는 대표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왜 모이라고 하셨냐, 뭐가 미안한 것이냐”고 물었더니 “나는 해임됐다. 지회장은 빨리 회사로 들어가 보라”고만 했다.
천안 공장으로 가는 중에 조합원이 또 전화를 해 “지금 어떤 남자가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회사가 파산됐으니 1시간 안에 짐 챙겨서 나가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다. 우선 간부들에게 사무실 물건을 못 빼게 하라고 지시했고, 나도 도착하자마자 식당으로 올라갔다. 파산 관재인 대리인으로 온 변호사도 자신은 파산 과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관재인에게 연락해 보라고만 했고, 공장에서 나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날 대리인을 그렇게 보내고, 우리는 모베이스전자가 그 순간부터 노조 몰래 매입 처리한 설비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공장 점거에 들어갔다.
회사의 파산은 철저히 ‘계산’된 것
공장을 점거하면서 발견한 서류를 보면 파산 과정에 체불금 같은 것들이 남아 있으면 파산 절차가 복잡해지므로 모베이스전자와 우창코넥타가 체불임금, 복리후생 기금을 파산 선고되기 전에 다 정리한 것을 알게 됐다. 퇴직금 역시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으면 납입한 만큼은 주고 나머지 금액은 또 재단 채권인데 이 역시 고용노동부에서 체불 인정되고, 나라에서 주는 소액 체당금 등을 나라에서 받을 수 있는데 그것도 최대 천만 원이다. 만약 자산 처분을 했는데 자산이 채권보다 적으면 우리는 퇴직금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과연 모회사인 모베이스 회장이 자산이 없을까? 우창 계열 안에도 몇 군데가 있고, 모베이스에도 오토, 오토테크 등 약 15개 계열사가 있는 탄탄한 회사인데 정말 ‘경영 악화’에 의한 파산일 수 있을까.
우창코넥타에서 만든 부품은 국내에서 우리 회사밖에 못 만든다. 우리는 오로지 모베이스전자, 우창정기에 납품했기 때문에 그 회사들이 핸들을 만드는 이상 우리가 만들었던 부품인 SRC를 써야만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 물품을 생산하던 유일한 회사인 우창코넥타를 없앴고, 외국에서 납품받는다면 중국밖에 없는데 그 물량도 한계라는 게 있지 않겠나.
더 이상한 점은 우리가 쓰던 설비나 금형 같은 걸 모베이스전자와 우창정기에서 구매했다는 것이다. 우창코넥타 소유인 금형이 지금 협력사로 반출돼 있는데, 협력사에 따르면 이 금형을 모베이스에서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가 더는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며 파산했는데 그 설비를 굳이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빚을 우창코넥타로 지워놓고 그 빚만 탕감하고, 사업은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것 말고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전‧단수된 공장을 24시간 지키다
우창코넥타지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에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우창코넥타지회
회사가 파산을 통보하던 그날도 동료들은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고 있었고, 3시에 모이라고 해서 작업하던 걸 중단하고 식당으로 모인 거였다. 그래서 당시 일을 하고 있던 동료들은 공장 안에 들어가는 것조차도 두렵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날의 기억은 동료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러면서도 모베이스전자가 설비를 가져가서 다른 회사에서 이 일을 하게 될까봐 24시간 공장을 사수하고 있다.
그렇게 19일을 버텨 오던 공장에 갑자기 단전, 단수가 되었다. 조합원들은 바로 큰 발전기, 작은 발전기를 돌아가면서 사용하고 있다. 과부하 문제 때문에 발전기 두 개를 쓰는데도 새벽 여섯 시간 정도는 화장실 물이 안 내려간다. 겨울에는 전기장판 사용하느라 과부하로 차단기가 몇 번 내려가 핫팩으로 버티기도 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조합원들은 걱정과 포기보다는 ‘투쟁’으로 돌파하기로 선택했다. 불 꺼지고 물 끊긴 공장에서 24시간을 버틴 지 40일째인데 지금까지 한 명의 이탈자가 없다. 그리고 마냥 공장에서 설비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 행위랑 단체 협약 위반, 체불 임금에 대해 진정을 낸 상태다. 파산에 따른 고등법원에 항고 신청도 해놨고, 산업은행이 근저당 잡아놓은 것에 대한 부인권을 행사했는데 그 심문 기일이 오는 8일에 잡혀 있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의 싸움
우창코넥타지회 해고노동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처음에는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너무 힘들었는데 갈수록 조합원들도 표정도 밝아지고, 시민이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나 언론에서도 관심 가져주고 조합원들이 즐기면서 싸우는 상태인 것 같아서 처음보다는 덜 힘들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2교대로 공장을 지키고 있어 지쳐 있을 법도 하지만 토론을 한다거나 배드민턴, 족구 등을 하며 마냥 침울하게 있지만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에겐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지금 KBS ‘추적 60분’을 찍고 있는데 방영되고 나면 투쟁 수위를 높여서 싸우려 한다. 우리는 사실 잃을 게 없는 사람들 아닌가. 가진 게 많은 모베이스 회장이 우리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절대 흩어지거나 무너질 생각이 없다. 청와대 앞에서 노숙을 해야 한다면 하고, 한강 다리에 올라가야 한다면 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우창코넥타’라는 사업장의 65명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고, 그 사람들이 얼마나 억울하면 단전 단수된 회사에 남아서 싸워가고 있는지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반복될 수도 있는 일이란 경각심도 가져주면 좋겠다. 우리 역시 이처럼 탄탄한 회사가 파산할 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노동자를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우창코넥타를 통해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이번 일을 꼭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에게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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