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씹다 버리는 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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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씹다 버리는 껌이 아니다"
[주장] 태종대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중앙노동위원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24.06.28 10:13
최종 업데이트 24.06.28 10:14▲ 부산관광공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는 태종대 부당해고 노동자 태종대 부당해고 노동자들이 부산관광공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
ⓒ 손가영 |
2024년 1월 1일 태종대 유원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7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태종대 유원지는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해안 경관지로 1969년 관광지로 지정되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관광공사(아래 공사)에서 운영하는 다누비 열차는 태종대유원지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고, 자동차극장도 유원지 안에 있다. 2023년 12월까지 태종대에는 30명의 노동자(기사, 매표, 안전원, 미화, 주차, 자동차극장)가 일을 하고 있었다.
태종대 노동자는 공사 민간위탁 업체에 소속되어 있다. 매년 공사가 경쟁 입찰을 통해서 업체와 계약을 한다. 노동자들은 매년 업체가 변경되어 연말이 되면 고용승계 문제로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또한 7년 일한 노동자와 신입 노동자의 임금과 연차는 최저임금으로 똑같다. 연차는 해가 지나면 쌓여야 하지만 업체가 바뀌면 매년 11개로 모든 노동자가 동일하다.
태종대 노동자들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 2023년 2월 민주노총 전국민주민주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하여 태종대지회를 설립했다.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현장을 바꿀 권한이 없었다. 교섭 자리 용역업체 교섭대표자는 매번 공사 즉 원청과 논의를 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크지 않았다. 첫 번째는 점심시간 보장이었다. 노동자들은 쉬지 않고 달리는 다누비열차 때문에 점심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10분 남짓한 시간에 끼니만 떼우고 일을 한다. 점심식사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용역업체와 교섭을 통해서 부족하지만 휴게시간을 현장 상황에 맞게 배치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용역업체와 단체협약에 고용승계 문구를 삽입하여 연말마다 업체 변경으로 고용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용역근로자근로조건보호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 노동자의 고용승계 문제를 단체협약에 명시하고자 했다. 업체는 공사와 자신들의 계약기간이 1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명시할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세 번째로, 퇴직금을 지불해달라고 요구했다. 2022년에는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2021년 1월에서 2022년 4월까지 계약한 A업체가 나가고 2022년 5월~12월까지 8개월짜리 B업체가 들어왔다. 2022년 5월부터 들어온 B 업체의 계약기간이 1년이 안 돼 당시 일했던 노동자들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2022년 1월에 들어온 노동자의 경우 2022년에 1년(A업체 4개월, B업체 8개월)을 일했지만 퇴직금 받지 못했다.
부산시는 위탁용역 입찰 준비 과정 중 (사)한국경제혁신연구원의 원가산출 내역서에 퇴직금도 삽입하여 부산시 청렴감사담당관실로 용역계약 심사요청을 했다. 하지만 부산시 청렴감사담당관실의 심사 중 계약기간 1년이 안 되어 퇴직금 적용이 안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원가산출 내역서을 수정하여 퇴직금을 빼고 재심사를 요청했고, 심사결과 통보서를 받아 공사가 공개입찰을 진행했다.
결국 태종대 노동자들은 사용자와 교섭은 결렬되었다. 2023년 9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노동쟁의 조정 또한 중지되면서 쟁의권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후 쟁의행위를 2~3일간 진행했지만, 그해 10월 복수노조 결성으로 인해 쟁의 행위를 이어갈 수 없었다. 쟁의 행위 대신 쉬는 날에 공사 앞에 집회를 이어가며 고용승계 보장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했다.
노동자 7명이 일자리를 잃은 이유
2024년 1월 1일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공사에게 사업을 위탁받은 용역업체 사용자는 태종대 노동자 7명을 고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관광공사 제2023-189호 '2024년 태종대유원지 위탁관리용역 입찰 공고에는 "낙찰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종사원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여야 하며, 용역계약기간 중 소속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여야 합니다"라고 명시했다.
이것은 고용노동부 용역근로자근로조건보호지침을 따르겠다고 공사 스스로 약속한 부분이다. 이후 법적 다툼 과정 속에서 근로계약이행 확약서(확약서)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약서는 공사의 공고에 지원을 한 용역업체가 입찰 적격 심사시 필수로 제출해야하는 서류이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을 준수하며 특히 공공부문 공기업 비정규직 사업장의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승계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해야한다. 태종대유원지에 사업에 낙찰된 용역업체 또한 확약서를 제출했고 고용승계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용역업체는 공사가 제출한 과업설명서 상에 기존 인원보다 7명을 줄인 인원을 그대로 고용승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인원을 줄인 것이 용역업체의 결정이 아니라 공사에서 제시한 인원을 그대로 수용했다 말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또한 노동자들이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용역업체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기각 판정을 내렸다.
용역근로자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해당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고용승계를 하지 않을 수 있음'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용역업체와 공사는 사회통념상 해당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사유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인원이 필요 없다는 것이 특별한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용승계 거절이라 보기 힘들고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해석할 수 있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로 보기도 애매하다. 해고는 긴급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을 때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공사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장 열차 매표소 집계 프로그램에 따르면 2021년 다누비 승객이 281,719명, 2022년 480,509명, 2023년에는 542,781명으로 점점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4년 총 승객수는 6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언론보도에 따르면 공사 2023년 3월 회계연도 결산 결과 5년만에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고 보도되었다. 매출액 369억 원, 영업이익 13억 8천만 원, 당기순이익 21억 2천만 원을 기록했다. 다누비열차 수입 또한 2022년 12억 5천만 원, 2023년 17억 1천만 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부산관광공사는 '해고자 재채용 한다고 약속한 적 없음'
2024년 1월 6일 고용승계된 노동자 1명이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서 퇴사를 했다. 용역업체가 채용 면담자리를 통해서 노동자가 퇴사하면 해고자를 재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구두 약속을 했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후 부산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심판회의에서 재채용을 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25조 1항에는 '근로자를 해고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가 해고 당시 담당하였던 업무와 같은 업무를 할 근로자를 채용하려고 할 경우 제24조에 따라 해고된 근로자가 원하면 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1월 중순 용역업체는 해고자를 재채용하지 않았고 공개채용 공고를 내고 새로운 인원을 충원했다. 그 이후에도 업체는 인원을 계속 보충하고 있다.
해고 명단에는 투쟁에 참여한 노동조합 조합원과 비조합원만 포함되었다. 하지만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복수노조 B노조의 조합원은 모두 고용승계되었다. 또한 공사는 2024년 용역업체 과업설명서 준수사항 중에서 '계약상대자는 종사원의 파업, 태업, 집회 등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노동쟁의의 우려가 있거나 노동쟁의 발생신고가 있을 때에는 즉시 감독관에게 통보하여야 하며, 노사분규가 실제 발생하였을 경우 '계약상대자는'는 발생시점부터 종료시점까지 영업장에 상주하여 전 영업장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태종대 유원지 노동자들은 2018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흐름에 따라 정규직 대상으로 선정되어야 했다. 부산시는 태종대 내부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와 계약을 맺었다. 그로 인해 정규직 대상에서 빠졌다.
한편, 노조는 지난 1월 부산관광공사 앞에서 '태종대 다누비열차 노동자 부당해고 규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 당시 부산관광공사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약 해지가 "비수기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당해고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또 <부산일보>의 지난 1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부산관광공사 측은 "노조의 주장이 억측이라며 반박"했다. 계약 해지는 비수기와 성수기 시기에 따라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기 위한 것이며, 불필요한 직위는 없애고 성수기 기간에만 인력을 늘려 탄력적으로 경영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노조원만 계약해지 한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고용승계와 관련해선, "하청업체 노동자 중 특정 인력만 채용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용역사에서 공정하게 채용 기회를 보장하고 면접도 진행"했고, "관광공사는 고용승계와 채용 등 관련 문제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관광공사 측은 "부당해고라는 노조의 주장과 사실과 다르며 남아있는 조합원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태종대 다누비열차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심판회의가 7월 5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배성민 시민기자는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직접 태종대 유원지 노동자들 문제를 담당하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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