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도로공사가 착수한 직급체계 개편이 정규직으로 전환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처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사실상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사 “무기직 내 승진기회 부여 목적”
“최하 직급에 1천300명 고정, 저임금 우려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사는 일반직을 제외한 전문직·실무직·전문연구원·순찰직·현장지원직 5개 직군을 전문직·연구직·순찰직·현장지원직 4개로 개편하고 해당 직군 내 직종도 재배열하는 직군·직종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직·순찰직·현장지원직에 G1~G4 4개 직급을 도입하고 승급시 승급가산금을 주는 개편에 나섰다. 공사는 “무기직 내 승진기회를 부여해 근로의욕을 고취하고 직무몰입도를 증진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복수노조 직군인 경우 전체 노조 동의로 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며 노조 대상 설명회 등 공론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이런 시도가 사실상의 직무급제 도입으로 보고 있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은 “공사가 도입하려는 직급인 G1~4를 보면 G1은 팀리더로 승진 인원이 매우 제한적이고, G2~3는 근무경력과 승진 방식을 따질 때 거의 승급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결과적으로 톨게이트 근무자 1천300명 대부분이 G4등급에 속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타 직군과 비교해 호봉승급분이 작은 톨게이트 노동자들 대부분 저임금 직무급제에 갇히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형식적으로는 직무급제가 아니지만 특정 직무 노동자가 특정 직급에 몰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직무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직무급제의 특성을 갖는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공사는 “승진가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직무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직무급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조무원으로 직접고용’ 대법원 판결에도
임금 낮은 ‘현장지원직’ 신설·강행 전례 있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공사의 이런 행보가 대법원 판결 불이행에 따라 발생할 문제를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 노동자들은 앞서 정규직화 투쟁 결과, 2019년 8월29일 대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정규직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이들의 공사 소속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이들의 처우 등을 현행 직군·직무 체계상 조무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공사는 이들을 조무원으로 배치하지 않고 별도의 직군·직무로 현장지원직 내 현장보조원을 신설해 배치했다. 이들과 조무원의 임금격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발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다시 신설한 현장지원직 현장보조원 처우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체불이라고 소송을 제기해 지나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만약 이번 직군·직무 개편으로 조무원 임금이 저하된다면 향후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승소해도 받을 수 있는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지부장은 “해당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사쪽은 현재 톨게이트 노동자 1천300명이 향후 조무원 처우를 낮추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으로 이뤄진 한국도로공사노조쪽은 “사용자쪽이 추진하는 것으로 현재 사용자 주최 설명회가 진행 중”이라며 “특별한 입장을 갖지 않고 (우리) 조합원 의견을 중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