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 법원 “자회사 채용해도 불법파견 책임 면제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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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회사 채용해도 불법파견 책임 면제 안 돼”...사기업 미칠 파장은?
인국공 판결,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에 제동?...“원청, 부제소 합의 참여했는지가 관건”
[2024년 6월호 vol.0]
▲인천국제공항에 여행객이 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청(사용사업주)의 자회사에 하청 근로자(파견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원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자회사에 고용된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의 이야기다. 보안검색 근로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공사가 설립한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법원은 공사가 불법파견을 했다면서 직접 고용하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사기업의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파견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자회사에 파견근로자를 고용했더라도 직접 고용을 피할 수 없다면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어내려는 기업의 전략은 수포가 된다.
전문가는 "파견근로자가 원청에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직접 고용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사기업도 직접고용의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채용된 보안검색 근로자...법원 "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인천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양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7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대해 충분한 노사협의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제3섹터에 고용하는 것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업무 근로자들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됐다. 공사와 근로자들은 노사 전문가협의회를 꾸려 정규직 전환 방식과 시기에 합의했고 근로자들은 2020년 4월 공사가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에 고용 승계됐다.
그러나 근로자 측은 공사가 파견법에 따라 직접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근로자들의 보안검색 업무가 공사가 정한 과업내용서와 절차서에 따라 이루어졌고 공사 직원이 수시로 근로자들을 감독하는 등 공사의 지휘ㆍ명령이 있었다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근로자들을 고용했음에도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본 대목이다.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사용 2년을 초과한 날에 공사에게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며 "그 후 파견사업주가 협력업체에서 자회사로 변경됐더라도 직접고용관계 성립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자회사 채용했어도, 직접고용의무 면제 안 돼"...명시적 판단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과 함께 떠오른 쟁점이다. 자회사 고용은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해소 방법 중 하나다. 공공부문을 필두로 SPC,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사기업도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다만 자회사에 파견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자회사에 고용했더라도 향후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단을 받았을 때 직접 고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법 규정이나 대법원 판결이 없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자회사에 고용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 사건이다. 서울남부지법은 한전 자회사인 한전에프엠에스에 고용된 근로자가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한전의 직접고용 의무가 면제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2심에서도 유지됐고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남부지법 판단을 뒤집는 판단이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자회사 채용을 이미 완료한 사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미 비용을 들여 자회사를 설립하고 파견근로자를 고용했음에도 불법파견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사기업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 제동?..."관건은 '원청 상대' 의사표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놓고 두 가지 판결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천국제공항 판결이 우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전 판결은 파견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서다.
파견법에 따르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명시적으로 직접 고용 반대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자회사 채용에 응했다는 사실만을 두고 '원청 직접 고용 거부'라고 보긴 어렵다. 대다수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실상 자회사 채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원청은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업체 소속 파견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파견근로자 입장에선 자회사의 근로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회사 채용이라는 선택지 하나만 남게 된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관련 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이 자회사에 채용된 것을 직접고용의무에 대한 명시적 반대 의사로 보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한전에고용되는 선택지와 자회사 채용이라는 선택지 양자를 대등하게 받고 이 중 하나를 선하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청(사용사업주)의 자회사에 하청 근로자(파견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원청이 이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자회사에 고용된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근로자들의 이야기다. 보안검색 근로자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공사가 설립한 자회사에 고용됐지만 법원은 공사가 불법파견을 했다면서 직접 고용하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사기업의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파견을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자회사에 파견근로자를 고용했더라도 직접 고용을 피할 수 없다면 불법파견 리스크를 덜어내려는 기업의 전략은 수포가 된다.
전문가는 "파견근로자가 원청에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직접 고용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사기업도 직접고용의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회사 채용된 보안검색 근로자...법원 "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인천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양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던 근로자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7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 대해 충분한 노사협의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것,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제3섹터에 고용하는 것 세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업무 근로자들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됐다. 공사와 근로자들은 노사 전문가협의회를 꾸려 정규직 전환 방식과 시기에 합의했고 근로자들은 2020년 4월 공사가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에 고용 승계됐다.
그러나 근로자 측은 공사가 파견법에 따라 직접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냈다. 파견법은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가 이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근로자들의 보안검색 업무가 공사가 정한 과업내용서와 절차서에 따라 이루어졌고 공사 직원이 수시로 근로자들을 감독하는 등 공사의 지휘ㆍ명령이 있었다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공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근로자들을 고용했음에도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본 대목이다.
재판부는 "파견근로자 사용 2년을 초과한 날에 공사에게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며 "그 후 파견사업주가 협력업체에서 자회사로 변경됐더라도 직접고용관계 성립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단했다.
"자회사 채용했어도, 직접고용의무 면제 안 돼"...명시적 판단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과 함께 떠오른 쟁점이다. 자회사 고용은 정부가 제시한 비정규직 해소 방법 중 하나다. 공공부문을 필두로 SPC,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사기업도 자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다만 자회사에 파견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시 말해,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자회사에 고용했더라도 향후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단을 받았을 때 직접 고용을 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한 법 규정이나 대법원 판결이 없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자회사에 고용한 파견근로자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국전력공사 사건이다. 서울남부지법은 한전 자회사인 한전에프엠에스에 고용된 근로자가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한전의 직접고용 의무가 면제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은 2심에서도 유지됐고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남부지법 판단을 뒤집는 판단이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자회사 채용을 이미 완료한 사업장에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이미 비용을 들여 자회사를 설립하고 파견근로자를 고용했음에도 불법파견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셈이다.
사기업 불법파견 리스크 해소 제동?..."관건은 '원청 상대' 의사표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놓고 두 가지 판결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천국제공항 판결이 우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전 판결은 파견법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서다.
파견법에 따르면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되기 위해서는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명시적으로 직접 고용 반대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자회사 채용에 응했다는 사실만을 두고 '원청 직접 고용 거부'라고 보긴 어렵다. 대다수 경우 파견근로자는 사실상 자회사 채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원청은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기존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용역업체 소속 파견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파견근로자 입장에선 자회사의 근로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자회사 채용이라는 선택지 하나만 남게 된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관련 보고서에서 "근로자들이 자회사에 채용된 것을 직접고용의무에 대한 명시적 반대 의사로 보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이 한전에고용되는 선택지와 자회사 채용이라는 선택지 양자를 대등하게 받고 이 중 하나를 선하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전 사건과 이번 사건에서 모두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기덕 노동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는 "한전 사건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대법원에서도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사기업에서 이와 같은 분쟁이 제기될 경우에는 '부제소 합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가 면제될 수 있다. 부제소 합의는 이미 진행 중인 불법파견 소송은 취하하고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법적 분쟁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합의다. 많은 기업들은 불법파견 잔불을 끄기 위해 자회사 채용을 전제로 부제소 합의를 요구한다.
다만 부제소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사용사업주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파견법에 따르면 직접 고용 거부 의사표시는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제소 합의가 근로자와 자회사 간에만 이루어졌다면 불법파견 분쟁이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한 대형로펌 노동 전문 변호사는 "자회사 채용은 사실상 사용사업주의 주도로 이루어지지만 파견법 위반 우려 때문에 사용사업주가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부제소 합의가 이루어졌다 해도 사용사업주가 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 직접 고용 거부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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