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기획 근로감독을 자동차·조선·철강업종과 1천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노동탄압’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타임오프 기획감독은 노조에 불법 이미지를 덧씌우는 노조 때리기로 ‘건폭(건설폭력배)’ 몰이와 다르지 않다고 반발했다.
사업장 86%가 시정지시 완료, 왜?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개 사업장을 기획 근로감독한 결과 109개 사업장에서 타임오프제 위반 등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은 공공부문 전체 사업장과 1천명 이상 유노조 민간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타임오프제 위반 혐의가 있는 202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8일부터 11월30일까지 진행됐다.
적발된 사업장 중 94곳(86%)은 시정지시를 완료했고, 15곳은 진행 중이다. 노사가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정부의 시정지시에 따라 조치를 완료하는 모양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에서 정한 타임오프제 한도를 따르도록 한 현행법 틀에서 정부의 시정지시를 거부할 경우 사용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감독으로 노동부가 내린 시정지시는 행정소송이 가능한 시정명령과 달리 행정지도에 해당해 노조가 법적 대응을 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는 점도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4항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내용을 정한 단협 또는 사용자의 동의는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노조법 해당 규정으로 권한이 침해당했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인정이 쉽지 않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어긴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난해 정부의 노조회계 공시 강행에 양대 노총이 두 손을 들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양대 노총은 정부의 회계장부 제출 요구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거부했지만, 정부가 회계 미공시 노조에 조합비 세액공제를 제공하지 않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이자 회계공시를 결정했다.
“자동차·조선·철강 업종에도
타임오프제 기획감독 할 것”
노동부는 기획감독 결과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고,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가로막는 불법적인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과 운영비 지원 관행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노동부가 밝힌 위법 사례를 보면 노사 합의로 노조 조합원들이 갖게 된 권한이 축소된 모양새다. C공공기관은 비면제대상 조합원이 수행하는 사측 상대 민사소송 업무를 노사 합의로 유급처리 했는데 이를 하지 못하게 됐다. 식품제조업 E사 노사는 교섭과 관련해 노조 업무 지원을 위해 직원 1명을 연 20일씩 지원해 왔는데, 정부의 시정지시로 노조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타임오프 기획감독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희 차관은 “시정이 완료된 사업장은 재점검을 통해 위법사항이 재적발될 경우 즉시 형사처벌할 계획”이라며 “향후 규모와 업종을 고려해 근로감독을 확대·지속하는 등 상시 점검·감독 체계를 구축해 근로시간면제 관련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올해는 민간 사업장 중심으로 위반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과 1천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3개 업종은 기획감독 결과 타임오프제 위반률이 높게 나왔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이들 업종에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처럼 대공장 노조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노정 간 대립이 이어질 전망이다.
“노조 때리기 중단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타임오프 고쳐야”
양대 노총은 정부의 기획감독을 ‘노조 때리기’로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겨냥하고 기획한 것은 ‘노조 때리기’에 불과하다”며 “노조를 기득권 카르텔이니, 조폭이니 하는 말로 몰아가며 노동조합 죽이기에 열을 올리는 것과 같은 행보”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울리지 않는 미사여구로 포장한 노조 때리기를 즉각 중단해야 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뜯어고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노조 탄압 매뉴얼, 불법 프레임 노조 공격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평화롭게 교섭을 체결해 왔던 사업장조차 사용자가 정부 근로감독을 빌미로 임단협마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노사자율, 노사자치라는 노사관계의 대원칙과 기본 운영원리를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해 허물고 동시에 시정 사례를 소개하며 사용자에게 노조파괴의 명분과 방법까지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