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시작으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나섰다. 공공기관과 달리 민간기업은 강제하긴 어려운 만큼 기업의 자율적인 참여, 개편을 독려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조선·석유화학·자동차부품업
상생협약 추진 업종이 대상
노동부는 최근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사업 운영기관을 공고했다. 노사발전재단에서 일터혁신의 일환으로 기업이 신청하면 개별적으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진행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번에 컨설팅 사업 운영기관이 선정되면 조선업·자동차부품업·석유화학업의 중소·중견기업 20곳 이상에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컨설팅을 지원하게 된다. 한 운영기관이 같은 업종, 다수 기업에 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업종의 상황 및 공통 쟁점 파악 등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운영기관은 임금 및 인사·노무관리에 대한 전문지식과 인력을 갖춘 비영리 법인 또는 단체로 사용자 협·단체부터 산학협력단, 정부 출연연구기관, 산학협력단 등이 지원할 수 있다.
이번 컨설팅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은 업종별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마련이다. 노동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하며 “2024년부터는 업종 내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도입·확산을 지원하는 업종별 컨설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왔다.
노동부 “노사 스스로 임금체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
노동부가 2022년 7~12월 운영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안과도 닮았다. 연구회는 2022년 12월 권고안에서 연공형 임금체계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노동시장 활력 제고와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해 개인의 직무·능력과 연계된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부과제로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모델을 확산해 업종별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노동부가 이번 컨설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조선업·자동차부품업·석유화학업은 상생협약을 체결했거나, 맺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인 업종이다. 지난해 3월 조선업 원·하청이 적정 기성금 지급, 숙련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의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을 체결하자 정부는 상생패키지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직무 중심 임금체계 개편 지원”을 약속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업종 전체의 임금지형을 그리고, 그 업종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메타모델을 만들기 위함”이라며 “이를 활용해 직접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노사가 스스로 임금체계를 만들 수 있게 매뉴얼·교육과정을 만들어 현장에 활용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전문가, 업종별 협·단체로 구성한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꾸려 컨설팅 과정에서 발생한 쟁점들을 정리하고 모델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 의도 가지고 하면 안 돼”
“처우 현실화, 숙련노동 보상해야”
일부 전문가들은 노동자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을 우려하고 있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컨설팅을 수행하는 기관이 얼마나 바람직한 임금체계를 설계해 주느냐가 핵심”이라며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직무성과급 체계를 만들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무급은 직무 분석과 평가를 해야 하고,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모두 포함돼 있어 노동자의 참여가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사업 자체를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현장의 목소리, 원·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현 가능한 임금체계여야 하고, 결국 이중구조를 개선하려면 처우의 현실화와 숙련노동에 대한 보상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예슬 기자 yeah@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