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노동과세계>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환경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미조직 노동자 절반 이상(65.1%)이 노조 가입을 희망했다. 노조가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61.5%)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55.5%)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미조직 노동자들은 정부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저임금 해소(32.1%)를 바랐는데, 노조가 임금인상에도 도움이 된다(59.6%)고 봤다.

민주노총은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요구를 조사한 노동환경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19세 이상 노동자 8천209명을 대상으로 8월26일부터 9월27일까지 실시한 이번 조사는 크게 △기본 현황 △고용 특성 △노동 실태 △노동정책·노조 △파견·사내하청 5개 항목을 조사했다.

여성·비정규직·소규모 사업장 차별 여전

실태조사 결과는 대체로 기존의 연구나 통계와 일치했다. 응답자의 평균 월 임금은 최근 3개월 기준 세전 292만6천원으로 나타났다. 구간별로는 300만~449만원이 31.9%로 가장 많았고 150만~249만원(30.3%), 250만~299만(22.9%), 450만원 이상(9.2%), 150만원 미만(5.6%)으로 나타났다.

익숙한 차별이 상존했다. 월평균 임금을 보면 남성(334만7천원)은 여성(266만4천원)보다 높았고 정규직(322만4천원)도 비정규직(266만4천원)과 격차를 드러냈다. 300명 이상 사업장(374만5천원)과 5명 미만 사업장(223만2천명)의 격차도 뚜렷했다. 박영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분석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외환위기 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광범위하게 도입된 비법률적 임금체계인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과세계>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외환위기 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광범위하게 도입된 비법률적 임금체계인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과세계>

이번 실태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포괄임금제의 무분별한 확산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응답자 가운데 44.2%가 포괄임금제의 적용을 받는다고 답했는데 비교적 노동시간 산정이 용이한 산업단지 근무 노동자의 포괄임금제 적용 비율이 57%로 나타났다. 비산업단지(40.7%)보다 높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외환위기 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광범위하게 도입된 비법률적 임금체계인 포괄임금제가 만연하다”며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규제를 약속했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에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노동권 보호는 요원했다. 지난해 연차를 30%도 쓰지 못했다는 응답이 35.2%로 나타났다. 모두 소진했다는 응답은 21.5%에 그쳤다. 연차를 30% 이하만 사용한 노동자 가운데 수당을 받은 노동자는 37.7%에 그쳤다. 또 근로기준법 55조2항에 따른 공휴일과 대체공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9.4%였고 17.9%는 무급휴일이었다. 가족돌봄(37%)·임신기(40%)·육아기(38.4%) 근로시간단축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응답도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25.1% “임금 너무 적다”

미조직 노동자의 직장에 대한 불만은 임금에 집중됐다. 복수응답으로 불만을 묻고 순위에 따라 가중치를 줘 분석한 결과 임금이 너무 적다는 응답이 25.1%로 가장 높았고 사내 직원 복리후생이 취약하다는 응답이 12.5%로, 회사 미래가 불확실해 발전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이 11.8%로 집계됐다.

이런 불만은 임금인상 바람으로 직결됐다. 미조직 노동자 32.1%를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 저임금 해소를 현 정부에 가장 바랐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고용안정과 노동법 위반 사업장 강력 처벌도 각각 26.4%·25.1%로 나타났다. 최정우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실장은 “현장노동자는 저임금으로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 실질임금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조사 응답자들은 ‘진짜 힘들다’ ‘이 월급 갖고 먹고살기 힘들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용형태별로 다소 차이가 났다. 정규직은 저임금 해소(33.1%)를 가장 바랐지만 비정규직은 고용안정(42.1%)을, 특고·프리랜서는 4대 보험 의무가입 제도화(38.5%)를 요구했다.

응답자는 또 지방자치단체에도 생활임금 확대 적용, 저임금 해소(27%)를 바랐다. 노동자 편의시설, 복지시설 확충(16.4%)과 노동안전, 건강권 보장을 위한 예방과 관리(16.3%) 요구도 컸다. 박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대한 요구는 일관되게 저임금 해소”라며 “그럼에도 현 정부는 줄곧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있고,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도 1.7%로 그쳤다”고 지적했다.

<노동과세계><노동과세계>


절반 이상 “노조가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 기여”

노조에 대한 요구는 다층적이다. 노조에 가입하면 하고 싶은 것, 다시 말해 노조를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사업장 문제로는 사내 복지제도 개선(39.7%)이 첫손에 꼽았다. 교섭을 통한 임금 인상(33%)과 안전하게 일할 노동안전 보장(32%)이 뒤를 이었다. 노조의 사회적 역할로는 다시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임금·단체교섭(33.4%)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노동시간 단축과 휴식권 확대(26.2%), 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개선 활동(25.3%)이 뒤를 이었다. 사내 권리보장과 사회적 저임금 해소에 노조 역할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편이다. 노조가 고용주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고(대체로 그런 편 41.5%·매우 그렇다 20%), 고용안정(대체로 그런 편 40.2%·매우 그렇다 19.1%)과 임금인상(대체로 그런 편 39.7%·매우 그렇다 19.9%)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다. 사회적 지위를 향상(대체로 그런 편 34.6%·매우 그렇다 19.1%)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대체로 그런 편 37.3%·매우 그렇다 18.2%)한다고 인식했다.

이 결과 미조직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을 바랐다. 응답자 중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는 6천783명으로 이 가운데 65.1%는 향후 노조 가입 의향이 있다(가입하겠다 19.6%·의향이 있다 45.5%)고 응답했다.

 이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