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환경미화원 직영화, 개인이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다 [하종강 칼럼]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53_17610898093882_20251022500136.webp1990년대 말 외주위탁으로 변경된 환경미화원들이 파업을 벌이는 모습. 필자 제공

20251022500135.webp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시청·군청·구청 소속의 환경미화원들이 예전에는 대부분 행정관청이 직접 고용한 상용직이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이어서 ‘상용직’이라고 불리었다. 지역마다 조금씩 시기가 다르지만 1990년대 말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집중적으로 외주 위탁으로 변경됐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효율성 증대’ 등의 핑계를 내세웠으나 정작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공무원 규모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공무원에 대해 ‘복지부동’ 등 그릇된 선입견이 만연한 세태를 고려한 속셈이었겠지만, 실제 우리나라 공무원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니어서 당선되고 보면 정작 줄일 만한 인력이 거의 없다. 비정규직을 외주 위탁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인원 축소’라고 포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평가할 때, 예산 중 인건비 부담이 높으면 낮은 점수를 받고, 사업비 비중이 높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환경미화원의 고용 형태를 외주 위탁으로 전환하면 그 인건비가 고스란히 사업비로 바뀌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행정관청은 용역회사와 외주 위탁 계약을 체결할 때 그동안 노동자들에게 지급해 왔던 인건비 규모를 사업비로 책정했다. 비용을 늘리면서까지 외주 위탁으로 전환하지는 않는다. 용역회사는 그 예산 범위 내에서 청소 노동자 임금뿐 아니라 관리자 임금도 지급해야 하고 회사 이윤도 남겨야 하니 청소 노동자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다.

하청 회사가 사업을 인수하면서 가능한 한 인원을 줄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업무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임금은 대폭 삭감되면서 담당 구역은 더 넓어졌으니 그에 맞서 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 무렵 많은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 농성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른바 외환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우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 아래 “노동자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정서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을 때여서 청소 노동자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은 싸늘했다. 파업 농성장에 시민들이 찾아와 “거리에 쓰레기가 넘치는데 청소 안 하고 뭐 하는 짓들이냐?”고 삿대질을 하며 항의하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경제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어떻게든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비인간적 간접고용 계약을 합법화하고 확산시켰던 것이니 경제가 회복된 뒤에는 다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다. 그렇게 전환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본래의 고용 형태로 ‘원상회복’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외주 위탁 과정에서 형성된 우리 사회의 이권이 워낙 커져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용역회사가 반발할 뿐 아니라, 공기업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퇴직하는 임원들이 마지막에 거쳐 가는 곳이 하청 회사 사장 자리인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노후 대책인 하청 회사를 없애는 결정을 스스로 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지점이다.

지난 7월 개최된 ‘충청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에서 보령시의 환경미화원이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에서 민간 위탁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예산 절감이라는 논리로 직영화를 거부하고 있고, 사기업의 이윤 논리에 환경부와 지자체는 저희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업체 직원들이 임금 착취를 당하고 있고, 본인들이 임금 착취를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을 때, 이재명 대통령이 “개별적인 사항들을 계속 얘기하면 끝이 없으니까…”라고 반응한 것은 조금 아쉽다. 다행히 “결론적으로 본인의 주장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하자”는 대통령의 재촉에 “저희 환경미화원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직영화’입니다”라고 하자 대통령이 “네, 직영화하자. 그런 주장이 있다. 거기까지 하십시다”라고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18일 새벽 3시께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야간노동을 하던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날 청소차량 운행일지에는 마치 정상근무를 한 것처럼 기재됐고, 근로계약이 만료된 뒤 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은 상태였고, 작업일지를 제대로 작성한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구청에서 직접 고용하고 공무원이 관리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허술하게 운영하지는 않는다. 환경미화원 직영화 요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