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인터뷰] 노조 가입 전엔 ‘합법’, 가입 후엔 ‘불법’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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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말한 사람들] 최보현 공공연대노조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지회장
성희롱 문제 제기 후 ‘가해자’가 된 노동자의 기록
[노말한 사람들]은 ‘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민주일반연맹 조합원들이 직접 들려주는 노동 이야기다. 노동자들이 당당한 주체로 살아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지, 투쟁의 이유와 그 과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졌던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지역과 업종, 노조는 달라도 우리가 함께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복지관에서의 필자의 근무 모습. 사진=민주일반연맹
나는 물리치료사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이 길을 걸어왔고, 결혼 후 강릉에 정착해 10년 넘게 강릉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병원으로 옮겼다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도 있었지만, 장애인들에게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며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평온했던 나의 일상은 2023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는 기막힌 결론
갈등의 시작은 재활실 내 환복 문제였다. 함께 근무하던 남성 상사는 여성 직원 두 명이 사용하는 재활실 안에서 반복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원치 않게 그의 신체와 속옷을 목격해야 했던 우리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관리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공간 분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직원고충처리위원회에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결과는 황당했다. '직장 내 성희롱 아님'. 여성 직원이 두 명이라 수적으로 우위에 있고 재활실을 먼저 사용했기에 오히려 우리가 '공간적 우위'에 있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상사가 옷 갈아입는 모습을 우리가 봄으로써 그 역시 수치심을 느꼈을 수 있으니 피해자일 수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여졌다. 노동청 구제 신청 역시 행정 종결로 마무리됐다. 현재는 공간이 분리됐지만, 피해자의 감정보다 가해자의 논리를 대변했던 당시의 대응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다.
10년 넘게 승인된 업무가 갑자기 '허위 실적'으로
지난해 12월, 나는 10년 넘는 경력 중 처음으로 '감봉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사유는 '허위 실적 기입'과 '안전 관리 소홀'이었다. 하지만 실적 기입은 기관의 직인이 찍힌 연초 '단위사업계획서'를 근거로 수행한 정당한 업무였다. 매달 이용료를 청구하며 회기 수와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고 사측은 이를 매번 승인했다. 12년 동안 문제없이 지속해 온 방식이, 단지 종이 서류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허위'가 된 것이다.
안전 관리 소홀 징계 역시 형평성을 잃었다. 사무 처리를 위해 재활실에 공익요원을 배치한 것이 위험하다며 나를 징계했지만, 실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이용자가 넘어져 응급실까지 실려 간 사고를 낸 직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사고를 예방한 사람은 징계를 받고, 실제 인명 사고를 낸 사람은 면죄부를 받는 이 모순을 '표적 징계'가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노조법시행령 폐기! 원청교섭 쟁취! 투쟁사업장 승리! 강원지역 결의대회' 현장(피켓을 든 이가 필자). 사진=민주일반연맹
징계와 고소, 그 피해는 이용자에게
나와 함께 징계를 받은 동료들 역시 10년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징계도 받은 적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징계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노조에 가입한 이후였다. 사측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하고 그것이 종결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징계 절차가 이어졌다.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적 절차를 통해 기관 운영의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나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평생 치료실을 지키던 물리치료사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개인 비방이 아닌 조직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형사 사건으로 둔갑시킨 이 흐름은,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노골적인 보복이자 입막음용 공격이다.
기관 내부의 갈등은 결국 장애인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이 징계로 인해 이용자들은 한 달 넘게 재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불편함을 느껴도 혹여 불이익이 생길까 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는 노동자 개인의 분쟁을 넘어, 장애인 재활 서비스가 어떤 기준과 절차 속에서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부조리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나는 다시 신발 끈을 묶고 복지관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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