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자회사 과업지시서(시방서)를 대폭 수정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지우려 한다는 의혹을 받았던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하청노조와 교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노동안전 같은 일부 노동조건만 교섭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29일 <매일노동뉴스>가 확보한 한수원의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하청노조들의 교섭 요구에 “노동안전·작업환경과 관련한 일부 근로조건에 대해서만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고, 나머지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교섭단위는 3개로 분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회사인 퍼스트키퍼스, 시큐텍과 각각 교섭하고 나머지 용역업체들과는 묶어서 교섭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신청서는 지난 1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됐다.
교섭 대상 의제는 원청과 하청 간 요구 격차가 크다. 한수원에 교섭을 요구한 공공연대노조는 직종별 적정 노임단가 선정 등 임금 의제가 교섭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한수원은 노동위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교섭의제는 교섭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충분하게 숙의한 후 결정 가능한 사안이라, 노조를 두 차례 만나 양해를 요청했다”며 “향후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개정 노조법 시행 즈음에 자회사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작업방식·근무일지 등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과업지시서를 개정해 빈축을 샀다. <본지 2026년 3월16일자 2면 “[단독] ‘원청 사용자성 지우기’ 한수원, 자회사 과업지시서 ‘싹 갈았다’” 기사 참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지난 24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업지시서 수정이 사용자성을 회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질의에 “충분히 그럴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원청 사용자성을 전부 부정하며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한 발전공기업도 확인됐다. 이날 본지가 확인한 한전KPS의 교섭단위 분리신청서를 보면 한전KPS는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교섭 요구사항과 관련해 노조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공연대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이 개정 노조법 시행 후 한전KPS에 교섭을 요구했다. 한전KPS는 지난 24일 교섭단위 분리신청서를 전남지노위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