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회계공시 결정 철회를 검토하면서, 고용노동부가 금속노조를 겨냥해 실시하는 근로감독 등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장창열(58·사진)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양대 노총이 노조회계 공시 결정을 한 뒤 내부적인 반론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결정의 ‘번복’을 언급한 것은 금속노조가 최초다.
장 위원장은 지난해 당선해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그가 금속산업 전체의 산업전환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 다가올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2월5일)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대정부 관계와 성큼 다가온 4월 총선에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조목조목 밝혔다.
“금속노조 위상강화, 조합원 자부심 회복” 강조
- 당선을 축하드린다. 첫 출근길 소회가 궁금하다.
“고맙다. 개인적으로 발걸음이 무거웠다. 여러 고민이 많다. 윤석열 정부 들어 노동탄압이 거세졌다. 현장에 있다 보니 현장의 어려움을 주로 들었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선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그 대목이 우려스럽다. 어떻게 하면 금속노조를 더 알리고, 조합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출근했다. 현재 금속노조는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올해 창립 24주년인데, 이번 집행부가 향후 20년을 준비하는 투쟁성을 갖춰야 한다. 2년 동안 가능할지 고민도 된다.”
- 금속노조 위상이 이전과 다른가.
“그렇다. 산업의 급변에 대응이 미흡했다고 본다. 금속노조의 투쟁정신도 희석됐다. 노조 중앙과 현장의 괴리가 커져 현장 목소리를 중앙이 잘 담아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집회를 봐도 투쟁의 배경과 목표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폭넓지 않아 윤석열 퇴진으로만 수렴한다. 절박한 노동의제는 찾기 어렵다. 아쉬움이 컸다. 정파의 영향도 있어 갈라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한편으로는 청년층 유입에 따른 세대 간 활동의 방식이 달라 생기는 문제도 있다. 이런 양상을 통합하고 미래에 대한 발전방안을 세울 수 있을지 기로에 섰다.”
- 앞서 선거에서는 도리어 통합을 강조한 선본을 꺾고 당선했는데.
“그렇다. 현장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진영 간 합종연횡·이합집산 등 당선에만 목적을 둔 것으로 보고 피로감을 토로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 컸다. 앞선 선거에서 경쟁했던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는 같은 선거본부를 꾸리는 등 모습을 납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출마 당시 상대후보와 비교해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당선 가능성도 크게 보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것으로 본다. 감사하다.”
- 중점을 둘 대목은 무엇인가.
“아직 논의 중이다. 확정된 사업계획은 아니지만 뼈대만 설명하자면 금속노조를 겨냥한 근로감독 시도 같이 심해지는 노동탄압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총선 이후에는 결과적으로 입법이 무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재입법해야 한다. 중요한 과제다.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통해 민주노총과 함께 연계해 (저항의) 불을 지펴야 한다. 회계공시도 재론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고용이다. 양과 질을 모두 높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역시 대안을 마련해 논의해야 한다.”
앞서 노동부는 사업장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동차·철강·조선업종 1천명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업종과 규모를 보면 금속노조 지부·지회 등이 대상이다.
“노동탄압 수세 대응 그만, 공세 전선 펼 것”
- 근로감독과 회계공시를 모두 거부할 방침인가.
“공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선 정부가 밝힌 근로감독 실태조사 등을 거부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정기대대에 앞서 현장을 교육하고 토론을 진행하면서 세부적인 투쟁전선을 펼칠 계획이다. 회계공시 공개 철회에 대해서 지난해 결정해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이를 번복하는 데 조직적 부담이 있다. 재검토가 필요한 단계다. 이를 위해 역시 정기대대에 앞서 현장 지회와 분회까지 토론을 조직할 계획이다.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훼손하는 조건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지 않나.”
- 노조 현대자동차지부에서 미래변화대응TFT 팀장도 역임했다. 산업전환 대응 복안이 있나.
“반복되는 표현인데 고민이 많다. 현실은 열악하다. 완성차는 겨우 준비를 시작하고 있고, 부품사는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생태계가 붕괴할 위기다. 완성차만이 아니라 금속산업의 조선과 철강 모두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데, 미흡하다. 철강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로 재생에너지로 충당)을 이행하지 않으면 다른 산업군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부는 현대자동차만 보고, 부품사 공급망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태도라 우려스럽다.”
- 현대자동차 원·하청 상생협약도 체결하고 부품사 관련 특별법도 제정됐다.
“상생협약은 선언적 의미에 그친다. 실효성이 보이지 않는다.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미래차 특별법)은 내용이 없다. 노조를 배제한 채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어질 수 있을지 의심된다. 최근 한국지엠지부가 이례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직접 만나 미래차 특별법 등을 논의했는데 외국계 투자자본 대응 등을 위해 긍정적인 움직임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외투 현안 대응, 현장투쟁·제도개선 양대 전략 고민
- 지엠과 함께 한국옵티칼하이테크처럼 제조업 외투사업장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안타깝다. 문제해결을 바라면서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도 구미에서 했다. 한국와이퍼와 한국산연, 아사히글라스 등 공단에 일본계 자본이 다수 들어와 있다. 자본도 그렇지만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도가 너무 밉다. 정부와 지자체의 존재 이유는 국민 보호가 아닌가. 그런데 외투자본을 보호한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라는 게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기업하기 좋아야 한다는 의미여선 안 된다. 우선 한국닛토옵티칼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투쟁을 하면서,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과거 노사 공동결정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했다. 이런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겠다.”
- 이번 총선을 앞둔 진보정치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우선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의 정치·총선방침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먼저다. 이후 4월 총선 이후 조합원 열망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현재 진보정치가 연합을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각자도생 10년 동안 차이도 있다. 분화의 과정에서 진보정당이 충분히 진보적이었는지, 현재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연대가 지나치게 강조되지는 않는지 고민이 있다. 진보정치의 역사와 성격을 존중하면서, 민주노총 중심으로 고민하겠다.”
이재 기자 jael@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