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세계]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생활폐기물 노동자들, 정부·지자체 직접교섭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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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일반연맹, 청와대 앞 결의대회…원청교섭 제한하는 해석지침 폐기 요구
예외 없는 3인 1조·주간작업 전환·지자체 직접운영 촉구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노동자들이 노조법 개정 이후에도 임금과 고용 등 핵심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정부·지방자치단체와 제대로 교섭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은 원청교섭이 인정돼도 실질적인 의제가 배제되고, 현장에서는 3인 1조 작업과 주간작업 전환 등 안전대책이 지켜지지 않아 동료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교섭에 나서고, 예외 없는 안전대책과 직접고용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은 2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주일반연맹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등 190여 명이 참가했다.
안전대책 이행과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교섭 촉구
민주일반연맹은 정부가 안전 지침을 마련하고도 이행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하지 않은 채 책임을 지자체와 대행업체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3인 1조 작업의 예외를 허용하는 규정과 야간·새벽작업, 안전한 청소차 보급 지연 등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상대책위원장은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근거로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재 사망이 인정된 환경미화원이 4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 가운데 198곳이 3인 1조를 지키지 않았고, 절반이 넘는 지자체가 여전히 야간에 수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예산도 인력도 주지 않으면서 원칙만 지키라고 하는 것은 안전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며 “지침도 있고 예산도 허용된다면 남는 것은 실행할 의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최라현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위원장은 각종 협의와 교섭 논의가 노동자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 밥상머리가 변해야 실제 민주주의를 체감할 수 있다”며 “교섭을 통해서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중간착취 근절, 통일적인 임금체계 마련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직영과 민간위탁, 직종과 분야를 넘어 교섭권과 교섭구조를 쟁취하기 위해 단결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준비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중노위 결정에도 소송…인정된 교섭마저 핵심 의제 배제
현장에서는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이어졌다. 민주일반연맹은 정부가 원청교섭과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약속하고도 시행령과 해석지침으로 실질적인 교섭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후부에 요구한 원청교섭 역시 노정협의체로 격하됐으며, 이마저도 공무직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조영민 공공연대노동조합 인천본부 부원산업지회장은 부평구청에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거쳤지만, 구청이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권역조정과 원가산정 과정에서도 현장 인원이 줄고, 고용승계 문제는 업체 간 책임으로 돌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지회장은 “그렇게 어렵게 중노위 결정까지 받았지만, 부평구청이 내놓은 답은 교섭이 아니라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소송이었다”며 “우리의 임금과 고용, 모든 노동조건을 원청과 제대로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김규원 민주연합노조 생폐분과위원장은 노조가 조직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선별·소각 사업장이 전국 30여 개 지자체, 80여 곳에 이르지만 원청교섭이 진행되는 곳은 화성시 한 곳뿐이라고 밝혔다. 그마저도 의제별로 교섭이 제한돼 핵심 노동조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형식적인 교섭이 아니라 임금과 고용 등 핵심 의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하도록 정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며 “민간위탁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를 바꾸고, 직접고용과 안전한 일터를 쟁취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시간·예산 결정하는 구청…“노동조건도 책임져야”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영등포에서는 실제 작업시간과 계약상 작업시간의 차이로 야간수당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송준열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영등포지회 동일환경분회장은 노동자들이 생활폐기물을 제때 수거하기 위해 밤 10시부터 일하지만, 영등포구청은 2027년에도 계약상 작업 시작 시간을 새벽 두 시로 정하고 야간수당은 세 시간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휴일근무 역시 노동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구청 예산에 맞춰 일방적으로 결정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대행업체는 구청이 예산을 정해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고, 구청은 대행업체와 협의하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송 분회장은 “안전하게 일하고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고 휴일에는 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교섭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예외 없는 3인 1조·직접운영 전환 요구
민주일반연맹에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민간위탁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민주일반연맹
이경옥 민주일반노조 구로자원순환센터지회장, 김문식 민주연합노조 철원지부 부지부장과 정동혁 공공연대노조 전남본부 광양환경공사지회장은 결의문을 낭독하며 시행령과 해석지침으로 원청교섭이 가로막히고, 교섭이 인정돼도 임금·고용형태 등 핵심 의제가 배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청교섭을 부정하는 지침 폐기와 정부의 직접교섭을 요구했다.
반복되는 산재 사망에 대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물었다. 3인 1조 근무의 예외 규정 남용과 주간근무 전환 외면, 위험한 청소차량 발판 탑승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며, 예외 없는 3인 1조 근무와 주간근무 전면 전환, 청소차량 발판 제거 의무화를 촉구했다.
또한 민간위탁 경쟁 심화로 발생하는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지자체 직접운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씻을 곳과 쉴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인간다운 노동을 위한 세척·휴게시설과 휴게 권리를 보장할 것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진짜 사장인 원청과의 직접 교섭권을 내 손으로 쟁취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완강하고 중단 없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 민주일반연맹과 노조 대표자들은 청와대 행정관에게 원청교섭 보장과 노동안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요구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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