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7일 한국옵티칼 결의대회서 17명 폭력 연행… 부상자 다수
민주노총 중집 성원 모여 경찰 위법 폭로… 연행자 석방 요구
“전면전 부른 윤석열정권에 전체 노동자 단결로 맞설 것”
금속노조가 “윤석열정권이 노동자에게 전면전을 불렀다. 금속노조는 이에 응할 것”이라며 “전체 노동자의 힘으로 단결해 무도한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18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한국니토옵티칼 앞에서 벌어진 폭력과 부당한 연행을 고발했다.
사건의 발단은 17일 오후 2시 경기 평택 한국니토옵티칼 앞에서 열린 금속노조 결의대회다. 경찰은 노조 대표자의 한국니토옵티칼 면담 요구를 막아서면서 행진에 나선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7명이 평택경찰서로 연행됐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골절됐고 이지영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사무장은 늑골 5번에 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이외에도 금속노조 경주지부에서 3명, 대전충북지부에서 1명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의 폭력은 평택경찰서 앞에서도 이어졌다. 경찰은 경찰서 앞을 찾은 금속노조 조합원을 급습해 방패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추가로 10명을 연행했다. 조합원들은 연행자를 기다리며 어떤 행동도 없이 인도 위에 서있을 뿐이었다.
현장에서 경찰 폭력을 지켜봤던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은 “그날 1차로 연행된 7명 누구에게도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고용승계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마치 강력범 제압하듯 팔을 뒤로 묶고 수갑을 채웠다”라고 증언했다.
김준일 지부장은 “강제 연행된 동지가 걱정돼 찾아간 평택경찰서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경찰의 싸늘한 눈초리였다”라며 “변호사를 대동한 대표자 5명이 연행자를 면담하러 간 사이, 그 짧은 시간에 경찰은 밖에서 대기하던 노동자를 덮쳐 10명을 추가로 연행했다”라고 고발했다. 이어 “평택경찰서가 정문을 두꺼운 철문으로 막고 그 뒤를 경찰 방패로 두세 겹에 걸쳐 막았다”고 전했다.
연행된 17명 중 14명은 지난 밤사이 석방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을 연행한 평택시가 아닌 1시간 이상 먼 화성시로 이송해 새벽 1시경에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어제의 탄압은 윤석열정권의 탄압”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윤석열정권은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입틀막 정권의 노선을 그대로 가겠다는 국민협박을 보여줬다. 하루 만에 경찰을 동원해 노동자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 그것”이라고 분노했다.
장창열 위원장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의 절규는 한국사회의 실패를 그대로 보여준다”라며 “일본에서는 하지 못할 짓을 한국에서 거침없이 저지르는 니토자본과 탄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윤석열정권, 노동자 사냥에 나선 경찰 세 집단을 노동자·민중의 적으로 선언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7일 금속노조에 가해진 수갑 연행과 강제 해산은 전혀 정당성이 없었다.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동조합은 사용자를 상대로 대화와 타협을 하지만, 때로는 투쟁하고 대립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 생존권이 달린 구조조정, 공장이동, 정리해고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라며 “노사분쟁 상태는 노사의 대등의 원칙에 따라 자율에 맞게 하는 것이고 국가의 공권력 행사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상의 원칙이고 우리 대법원 판례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찰은 평택에서 금속노조가 미신고 접회를 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해 연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이나 당시 조합원들은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대표자를 통해 면회하려고 했을 뿐 집회라고 볼만한 사항이 없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인도에서 대기하던 상황”이라면서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경찰의 전제부터 잘못됐다. 백번 양보해 경찰의 주장처럼 미신고 집회라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위법한 법 집행이 명백하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사전금지 또는 제한된 집회라고 해도 신고 내용보다 축소하거나 평화로울 경우 사전금지 또는 제한을 할 수 없고 처벌할 수도 없다고 하고 있다”라면서 “나아가 해산명령에 불응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조합원들이 인도에서 대기하던 상황이 공공의 안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기에 경찰의 폭력연행은 너무나 명백히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해산명령이라는 뜻이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3주 전에도 금속노조 투쟁선포식 이후 행진 과정에서 경찰은 토끼몰이식 진압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다치고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어제는 모든 경찰이 정복을 입고 달려 나와 노동자 10명을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두 차례에 걸친 경찰 폭력과 연행은 단순히 우발적인 사태가 아니라 윤석열정권에 의해 기획되고 윤석열정권이 노동자와 민주주의를 대하는 태도라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이 함께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오늘 진행하던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중단하고 모든 산별노조 위원과 지역본부 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에 함께하고 있다. 그만큼 민주노총이 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노동자·민중은 탄압에는 늘 저항과 투쟁으로 맞서왔다. 윤석열정권의 탄압과 폭력은 스스로의 몰락을 자초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도 무리한 체포였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남은 연행자 3명을 즉각 석방하고 경찰 폭력에 대해 사과하라”라고 주문했다. 금속노조는 “그렇지 않으면 다시 전열을 다듬어 윤석열정권을 근본부터 무너뜨리는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