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군이 2년 넘게 일한 기간제 노동자들을 공무직 전환하는 대신 계약 종료를 통보한 데 법원이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들의 비정규직 사용이 확산하는 가운데, 법원이 지자체의 기간제 남용에 제동을 걸었다.
2년 넘게 일한 기간제 집단해고한 횡성군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횡성군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등 6명은 2020년 7~11월부터 횡성군 기간제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매년 신규채용 시험을 거쳐 1년 단위로 재채용됐다. 그러나 입사일로부터 2년 넘은 2022년 12월 채용시험에서 탈락했다. 횡성군은 같은달 31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 등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다.
쟁점은 A씨 등이 무기계약직인지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4조는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 2년을 초과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로 본다. 기간제 근로계약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횡성군은 A씨 등의 계속근로시간이 1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매년 신규채용 시험을 거쳤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간제 노동자의 계속된 노동에도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보고 있다.
법원 “기간제 남용 방지 입법 취지 고려해야”
재판부는 기존 계약을 반복·갱신한 것에 불과하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내린 중노위가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시·지속업무와 관련해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됐다”며 “근로계약기간 도중 신규채용 시험이 이뤄졌고,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인수인계를 하는 등 근로관계 종료를 대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 등은 근로관계 유지 기대와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 등의 업무내용과 근무장소 등 근로조건이 비슷한 상태를 유지한 점, 1년 단위로 퇴직금이 정산되지 않은 점, 1년 이상 일한 노동자와 같이 유급휴가를 부여한 점 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신규채용 시험에 경쟁률이 존재하긴 하나 A씨 등 사정에 더해 기간제 근로계약 남용 방지하는 기간제법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횡성군 주장처럼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기간제·민간위탁 확산하는 지자체
횡성군은 대법원 판례까지 받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지자체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이유다. 지자체가 나쁜 일자리를 확산한 데 그치지 않고 기간제 노동자들을 상대로 무리한 소송전을 이어 간다는 비판이 나온다.
A씨 등을 대리한 유영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여온)는 “횡성군은 세금으로 소송 비용을 대며 군민인 기간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증거나 주장이 뚜렷하게 없는 상황에서 군은 항소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윤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희연)는 “횡성군은 세금으로 2억원에 가까운 이행강제금까지 냈다”며 “최근 A씨 등과 같은 상황의 기간제 노동자들이 지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중노위 재심을 신청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횡성군 공무직인 강영일 민주연합노조 횡성지부장은 “횡성군은 상시·지속업무에 55세 이상 준고령자 위주로 기간제 노동자를 쓰려는 행태를 멈추고 공무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횡성군뿐 아니라 전국 기초지자체에서 상시·지속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기준인건비를 초과하면 페널티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서 지자체 인건비가 늘어날 경우 지방교부세 지원 인센티브를 줬던 것과 반대다. 공무직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초지자체들이 기간제를 늘리거나 민간위탁을 시도하고 있다.
강석영 기자 getout@labortoday.co.kr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