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와 절망의 공방,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맞선 4박5일 노숙 농성 투쟁기
도로교통공단 자회사 노동자 파업, 160일 넘어가며 장기전 전개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되었던 도로교통공단 자회사 노동자의 파업투쟁이 160일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투쟁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어만 갔다. 공공연대노조 도로교통안전관리지부가 전면파업 46일 동안 안 해본 투쟁 없이 공단 본사가 있는 원주를 숱하게 오고 가며 싸워왔지만 공단은 끝끝내 버티기로 일관했다. 공단 이사장 취임도 안 된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자회사의 노조탄압이 노골화되고 있었다. 파업대오 지도부도 투쟁계획을 수립했지만 장기투쟁에 장사 없다는 말을 실감하듯 조합원은 깊은 패배감과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식대비 4만원 인상 요구, 노동자들의 불만 폭발
도로교통공단 자회사 노동자들이 파업하게 된 주된 이유는 식대비 4만 원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자회사 노동자의 처우개선지침에 따르면 저임금자회사 노동자의 복지를 개선하는데 도로교통공단은 제대로 된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반영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분노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과거에도 160일에 이르는 파업을 통해 식대비 인상과 특수업무수당 신설, 상여금 변경 등을 이뤄냈다.
그러나 이후 2년 동안 임금 협약이 체결되지 않았고, 자회사 대표는 이윤 추구를 위해 식비 인상을 거부했다. 이에 자회사는 임금 체불 상황을 만들었고, 예산 문제로 인해 법적 근거를 들어 모회사로부터 예산을 받아왔으나 체불임금은 해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대비 인상을 요구하며 싸움을 시작했다.
본부차원으로 농성 실시, 노동자들의 결속력 높여
5월 운영위에서 공공연대노조 울산본부는 도로교통공단 본사가 위치한 강원도 원주에서 4박5일간(5월 27~31일)의 천막농성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지친 조합원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원청의 직접적 타격을 위한 투쟁을 본부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투쟁을 넘어서 본부 전체적인 투쟁으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4박5일간의 농성은 본부의 결속력을 높이는 장으로 작용했다. 농성 참가자들은 천막에서 직접 밥을 지어 식사를 해결하고, 원주의 심한 일교차를 뜨거운 동지애로 극복하며 밤을 지새웠다. 이 기간 동안 본부 소속 10개 사업장 간부들의 수련회도 진행되었다. 또한 원주시청에서는 도로교통공단의 차별 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열렸다.
노동자 국회의원의 방문, 투쟁 확대의 계기로
국회 등원식이 진행되던 농성 4일째인 5월 30일, 울산 북구 노동자 국회의원인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등원식을 마치고 도로교통공단 직무대행을 만나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원주로 달려왔다. 이 소식을 듣고 농성장에는 벅찬 감동이 전해졌다. 국회의원이 직접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으로 농성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기쁨을 나누었으나, 여전히 도로교통공단은 공단 내 직고용된 실무직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논의를 미루며 핑계만 늘어놓았다.
투쟁은 계속된다
5일째 되던 날, 본부 상집은 처음부터 4박5일을 계획했지만 천막을 지금 당장 철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울산과 원주를 오고가며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했고, 불시에도 언제든지 올 수 있고 투쟁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본부에서 이 투쟁을 매듭짓기로 했다. 이에 대한 간부들의 반대 의견은 없었다. 상근 간부 두 명은 울산에서 원주까지 약 4시간을 오고가며 선전전을 사수했고, 울산의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농성장을 유지시켰다.
6월 5일에는 윤종오 의원실에서 공단과 노조 면담이 진행되었다. 여전히 공단은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노동자 국회의원과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다면 반드시 승리 할 것이라 확신했다.
노조는 “동지들의 결단이 있으므로 두려움은 없다. 강원지역지부 동지들에게도 감사를 표하며, 힘을 내준 파업 조합원들이 우리의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승리를 통해 우리가 옳음을 입증하고, 22대 국회에서 노조법 개정이 이뤄질 때 우리의 투쟁이 작은 근거로 기록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