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논평] 하루에 21.5시간 씩 일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연장노동시간 기준 변경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615 조회
- 목록
본문
[논평] 하루에 21.5시간 씩 일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연장노동시간 기준 변경
정부가 ‘집중노동’의 시대를 선언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늘 연장노동 시간에 대한 해석기준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변경된 기준을 요약하면 ‘하루에 몇시간을 일하더라도 주당 최대 노동시간에만 미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지난 해 연장노동시간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수용한 해석이다.
기존의 연장노동 시간 해석은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일하면 일한 시간만큼을 연장노동시간으로 인정하고 이 연장노동시간의 합산이 1주당 최대 12시간을 초과하면 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변경된 기준에 따르면 법정노동시간인 40시간을 초과한 시간이 연장노동이며 이 연장노동이 주당 12시간을 넘는 경우에만 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하루에 아무리 많은 시간을 일 하더라도 주당 최대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연장노동 한도를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루 최대 21.5 시간을 일하고도 연장노동를 인정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노동시간의 최대를 규제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난 대법원 판결에 이은 고용노동부의 기준 변경은 노동자의 안전과 삶은 배제한 채 기업의 이윤을 위해 더 집중적으로 일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지난 대선 시기, “하루에 1주일에 120시간씩 바짝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던 대통령의 인식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국제적 흐름은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일과 생활의 양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주 4일제 논의가 진지하게 시행되고 있고 과도한 노동량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도 숱하다. 한국 정부와 법원이 노동시간을 늘리고 이를 핑계대기 위해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는 것은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을 넘어 인간다운 삶과 생활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반 인권적인 행태다.
많은 산업재해가 장시간 노동을 원인으로 한다. 지난 2021년 WHO(세계보건기구)와 ILO(국제노동기구)가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은 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평균적으로 35% 증가(신뢰도 95%구간에서 13-61%)시키며,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17% 증가(신뢰도 95%구간에서 5-31%)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위 보고서를 기반으로 산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뇌심혈관계 사망자 중 6.9%가 장시간노동의 영향에 의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해연도 대한민국 뇌혈관질환 총 사망자는 23,415명으로 이 중 7.4%가 장시간노동에 의한 사망인 것으로 판단된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들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기준 변경을 발표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 우려가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집중 적인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이번 기준 변경이 노동자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한다는 것을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2년, 정부 의뢰를 받아 노동시간 제도 개편을 논의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하루에 연장할 수 있는 노동시간에 상한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기준 변경이 자신들이 의뢰한 연구결과에도 반하고,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은 도외시하는 퇴행의 행정임을 자각해야 한다.
2024. 01. 22.
민주노총
관련자료
-
이전
-
다음